교회와 공동체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나 스스로에게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좋아했다. 과거 몇 명의 친구들이 내게 해주었던 칭찬 때문이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나 정도면 꽤나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을 잘하는 착한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었다. 인정받고자 하는 나의 열심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오래 알아온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그게 내가 가진 영향력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 와서도 초반에는 비슷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만큼 잘 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저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주려고 애쓰곤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내가 영국에서 잘 살아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꼭 그렇지 만도 않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려고 애썼지만, 정작 내가 힘든 일이 생길 때는 기댈 사람이 런던 이곳에는 없었다. 다들 본인 이야기를 내게 늘어놓기 바빴고, 나는 그저 내가 하던 대로 그렇게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내야 했다. 쌓이고 쌓이다 보니, 그제야 눈에 보였다. 내가 얼마나 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고 애써왔는지 말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작게나마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가 시들시들하다면, 뭐든지 내 힘과 내 생각이 먼저 앞서기 때문에 제풀에 제가 지치는 게 당연했다. 담대함을 구하기에 힘쓰던 지난주에는, 주말이 가까워올수록 영적인 공격을 받았다. 가위에 눌렸고, 이틀 연속 악몽을 꾸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나의 연약한 부분과 비슷한 그림을 가진 고민을 내게 털어놓았다. 가뜩이나 방어력이 떨어져 있었던 터라,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약한 부분을 건드린 것도 그랬지만, 그럼에도 크리스천으로서 현명한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던 나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던 것 같다. 굉장히 불쾌한 마음에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는 거냐? 나 지금 굉장히 불쾌하다.” 라고 꾹꾹 눌러 썼다.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던, 지금 무슨 상황이던 그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 내게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내가 지금 불쾌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일이 주일 바로 전날 밤이었다. 목사님께서 ‘토요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주일예배가 달라진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토요일, 특히 저녁에는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토요일 저녁에 모든 미디어를 끊고 성경책만 읽는 것도 아니지만, 주일 전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욱 예민해졌던 것도 같다. 주일 아침부터 한숨이 나왔다. 힘이 없었다. 예배당에 들어와서도 찬양이 나오지 않았다. 설교 시간에도 계속 어제 일 생각이 났다. 어제 일과 관련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도저히 나아지지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고민했다. 이 이야기를 공동체에서 나눠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는, 나 같은 불쾌함을 다른 사람도 느낄까 봐서. 둘째로는, 공동체의 반응이 이유 없이 두려워서. 굳이 티를 내려 하지 않아도 어제 일과 지난주에 있던 일의 여파가 고스란히 묻어났나 보다. 결국 지난주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걱정이 됐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귀하다.’ 그 사람을 통해 내가 가진 신뢰, 지혜 그리고 구별됨이 드러났다는 이야기였다.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이야기를 내게 털어놨을까라는 생각을 그제야 하게 됐다. 부끄러웠고, 행여 상처를 받았을 그 사람에게 미안해졌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거짓말처럼 나를 감싸던 더러운 무언가가 나로부터 떠나가는 기분이었다. 홀가분해졌다. 교회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고, 런던에 와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교회 또한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하나님을 바라보고 서로서로 사랑한다는 점에서 혹은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 있어서 확실히 다르다. 성경에서는 교회는 예수님의 몸이라고 말한다. (에베소서 1:23) 교회를 다니는 우리 모두는 공동체에 속해 있어야 한다. 교회만 다니고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건 본인 손해다. 나와 하나님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관계를 돈독히 다져나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속해서 서로의 삶과 믿음을 나누어야 한다. 땅이 아닌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속한 공동체에는 어떤 문제를 나누던, 단순히 사람이 줄 수 있는 위로보다는 그저 우리에게 다시금 본질이 무엇인지,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사람은 의지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이다. 의지를 할 수도 없고 의지를 받을 수도 없는 존재다. 오로지 사랑해야 할 존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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