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혼자 나와 산다는 건 굉장히 신나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엄마의 잔소리가 없어 신나고, 자유로운 생활에 흥분된다. 하지만 그만큼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하고, 해외 생활을 하면서 신앙생활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물론 더욱 돈독해지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말이다.
나는 작년 7월에 런던에 왔고, 작년 11월부터 런던 센트럴 교회에 출석한 청년이다. 비행기도 한 번 타본 적 없던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꿈에 그리던 영국에 왔고, 내가 가기 전 이모가 한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영국 가서 하나님 만나고만 와도 넌 성공한 거야.
이 말은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 1) 나는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못 했다. (그리고 이모는 내가 하나님을 만나길 원한다.) 2) 하나님 만나는 게 내가 영국에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순복음 교단에 전도사로 섬기고, 목회자와 결혼해 사모가 된 이모의 교회에 나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다녔다. 외할머니부터 외삼촌, 사촌 언니, 엄마 아빠, 내 동생들 그리고 나. 우리 가족을 기본으로 한 아주 작은 교회였다. 한 10년쯤 되었을까, 이모가 사정이 생겨 목회를 접게 됐다. 그렇게 매주 가던 교회를 잃었고 가족 모두가 떠돌이 성도가 됐다. 대신 나는 엄마와 할머니를 따라 집 근처에 있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성전에 다녔다. 여의도에 있는 순복음교회 말고, 위성 교회라고 해야 하나. 당연한 듯 습관처럼 다니던 교회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그저 당연해서, 해야 하니까, 안 하면 불안하니까 하는 이유로 지속되었던 신앙생활은 위태로워졌다. 자연스레 하나님과 멀어졌다. 물론 교회는 다녔지만 항상 공허했다. 그렇게 공허한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 인생도 말라비틀어져가다가 다시 하나님을 찾았고 사촌 언니들과 함께 한 장로교회에 제대로 출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영국에 왔다. 이모는 런던 순복음교회에 다니면 어떻겠냐고 했었지만 그냥 괜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내게 박혀버린 부정적인 이미지 탓이다. 그렇게 영국에 처음 와서, 영국 유명한 대학을 졸업한 교회 오빠의 친구에게 추천받은 교회에 다녔다. 지금 와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처음 와서 그랬는지 모든 게 힘들고 어려웠다. 게다가 한국말을 쓰는 환경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교회까지 한인교회를 다닌다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설교는 좋았지만 그냥 그 순간뿐인, 말씀이 내 속에 고이지 않고 그저 흘러가버리는 듯한 생활을 2달 정도 했다. 하나님보다는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는, 그런 교회 생활이 지치고 힘들었다. 그냥 그 당시에는 모든 게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린 대안은 현지 교회였다. 집 근처에 있는 일송 처치에 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고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 또 다른 현지 장로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좋았다. 영어를 써서 좋았고, 챙겨주는 것도 좋았고,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어서 좋았다. 느낌도 좋았다. 경건하니, 뭔가 내가 구별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많은 영어를 말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 다음주에 바로 등록을 하려 했지만 교회 장로 분들이 휴가 중이라 3주 뒤에 등록이 가능하다고 했다. 교회에서 하는 행사에도 참여해봤다. 여자 성도들끼리 한 집에 모여 디저트를 나눠 먹으며 교제하는 시간이었는데, 나를 위해 너무 노력하는 느낌이라 괜스레 미안해져서 그분들과 섞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나서 생각했다. 나는 하나님 때문에 교회를 다니고 있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
그렇게 또다시 교회를 고민하던 중 뉴몰든에 갔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여주봉 목사님이 런던에 한 교회에 방문하신다는 광고를 봤다. 한국에서 다니던 장로교회에서 여주봉 목사님 말씀을 접한 적이 있던 터라, 들어보고 싶었다. 현지 교회 예배가 끝나고 2시에 시작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게 바로 런던 센트럴 교회였다.
Indian YMCA라는 낯선 장소에서 드리는 예배.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찬양 소리, 그리고 길게 이어진 여주봉 목사님의 날카로운 말씀. 컨퍼런스는 좋았다. 하지만 한인 교회에 다니려고 간 게 아니라 컨퍼런스를 위해 손님으로 갔던 터라 이 교회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주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현지장로교회에 출석할 수가 없었다. 주일 성수는 해야하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런던 센트럴 교회에 오게 되었다. 그날은 추수감사주일이었다. 2시 예배니까 3시쯤 끝나겠지 하고 끝나고 친구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중간에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찬양을 부르는데 너무 은혜로웠고, 런던에 와서 처음으로 내가 하나님께 '진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느낌에 의지해서는 안되겠지만 그 느낌은 너무도 짜릿했다. 감사에 대한 설교, 그리고 성도들의 고백이 이어졌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분들의 마음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설교만 듣고 친구를 만나러 가려 했으나 발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5시까지 예배를 모두 드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는 이 교회에 다니자고.
돌이켜보면 이것 또한 엄청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내가 런던에 처음 와서 이 교회에 왔다면 이전 교회에서처럼 다니다가 말았을 것이다.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더라도 이곳에서 드리는 예배의 가치를 애초에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고 돌아오게 된 런던 센트럴 교회는 내게는 엄청난 곳이었다. 내가 와야만 했던 교회였다. 내가 들어야 할 말씀이 있었고, 불러야 할 찬양이 있었고, 함께 내 삶, 신앙, 하나님을 나누기 위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런던 센트럴 교회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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