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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일이 터닝 포인트

벌써 두 달 전이다. 셀에서 '너무 시간이 많아서 고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워킹홀리데이로 런던에 왔지만 풀타임으로 일하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나는 평일에 할 일 없이 띵가띵가 노는 듯한 나 스스로가 불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시간을 죽이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무기력감과 죄책감에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다. 정말 심각했었다. 지금은 무척 바빠졌다. 현재하고 있는 일 말고도 두 개의 일을 더 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생긴 돈으로 돈 때문에 그만두었던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으며, 감사하게도 교회 블로그도 맡아서 관리하게 되었고, 이래저래 오히려 바빠지니 남는 시간에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바쁜 토요일 이후에 찾아오는 꿀맛 같은 주일에는 쉼과 예배가 전부다. 예전에는 일주일이 지루하다 보니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무조건 누구를 만나서 놀거나, 교회 가기 전에도 무언가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토요일에 쌓인 피로를 일요일에 온통 해소하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그것 또한 감사하다. 주일에 딴짓을 안 할 수 있어서. 또각또각, 교회가는 길에 듣는 음악은 꼭 찬송이어야 할까 매번 생각한다. 간혹 수련회 이후에 정말 은혜가 충만할 때는 무조건 찬송, 찬송만 듣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일을 그렇게 지낼 수 없고, 가요도 듣고 싶고 이런저런 노래가 듣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듣고 싶은 노래를 듣는데, 교회 가는 길에 찬양 아닌 다른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위선자가 된 기분이 든다. 교회를 가는 그 길마저도 예배가 될 수 있는 건데, 경건한 마음으로 교회에 간다면 더욱 예배 시간에 은혜를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런 사소한 유혹에도 항상 지고야 만다.

그런데 웬걸? 오늘따라 찬양이 더 은혜로웠다. 아니, 은혜롭다기보다는 즐거웠다. 기쁨으로 넘쳐났다. 신나게 찬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앉아서 멀뚱멀뚱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사람들을 보는 것도, 앞에 서서 기쁨으로 섬기는 찬양팀의 찬양을 듣는 것도, 이상하게 찬양할 때 목소리가 자꾸 갈라지지만 그러면서도 찬양을 열심히 부르는 나 스스로도, 그냥 모든 게 기뻤다.  Full of joy! 

그 두루마리를 취하시매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그 어린 양 앞에 엎드려 각각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 대접을 가졌으니 이 향은 성도의 기도들이라 요한계시록 5:8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주님은 작은 나의 신음에도 응답하신다고 했다. 그렇게 수도 없이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기도할 때는, 혹은 기도도 안 하고 그냥저냥 살아갈 때는 내 기도가 어디로 가는지, 듣고 계시기는 한 건지 궁금하지 조차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설교 말씀을 통해 위로를 받았고 확신을 얻었다. 나의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며, 주님이 항상 듣고 계시는 데다가, 기도가 향으로 하늘에 올라가 무려 금 대접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 비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지만 마음이 무겁다. 아직 비전이 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이끌어가고 계신 걸 내가 똑똑히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당장 몇 초 뒤의 일도 알지 못하며 살아가는 불안한 삶 속에서, 시선을 나 자신이 아닌 하나님께 두는 건 쉽지 않고 하나님의 길과 뜻, 계획 가운데에 내가 어디쯤 있는 건지 항상 확신할 수도 없다. 매번 불안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하나님에게 시선을 두는 게 가장 현명한 거고 지혜로운 거다. 결국 우리는 낙심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항상 주일은 매주 나의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찬양을 통해 나의 영을 밝히시고 기쁨으로 채워 주시며,  말씀을 통해 나의 약하고 강한 부분을 비춰주시고, 또 셀러 모임을 통해 나에게 확신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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