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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발 앞에 나 엎드려

최근 몇 주간은 주님께 나의 시선을 온전히 고정하기로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는 나날들이었다. 이례적으로 내가 성경을 매일매일 잘 읽는다 싶더니 지난주에는 아예 성경책에 손도 대지 않았다. 한 번이 쉽지 두 번 세 번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한국에 있는 교회 언니에게 도 물어보니, 언니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고 했다. 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을 읽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물론 그래야겠지만 가끔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고 했다. 합리화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텅 빈 일주일을 보냈다. 당시 그 순간에는 그 일주일이 영원할 것 같았다. 매일 읽던 성경을 읽지 않으니 급속도로 믿음이 메말라버린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이렇게 메말라버릴 수도 있겠구나, 무서웠다. 몸은 교회에 있었으나 마음은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떠나 세상으로 가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그때의 공허함과 무력감을 다시금 경험하고 있는 듯해서 너무도 두려웠다. 주일에 교회에 발을 딛는 순간 그 무력감이 사라지길 바랐다. 기도도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하지만 매주 자연스럽게 하던 기도도 일주일동안 하지 않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영적 공백 상태가 온 듯했다. 찬양도 나오지 않고, 몸은 괜스레 뻣뻣해지고, 답답할 따름이었다. 설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육적으로는 멀쩡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식욕이 왕성하여 셀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에는 세 그릇을 먹어치웠다. 돼지고기를 볶은 기름에 달달 볶은 김치볶음밥은 맛이 참 좋았다. 실컷 김치볶음밥을 부어 넣고는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고백했다. '한 주 동안 성경 안 읽고 기도 안 했다, 너무 답답하다. 텅 빈 기분이다.' 생각만 하다가 이 모든 걸 입으로 고백하고 나니 한결 나았다. 그리고 셀원들의 삶을 나누고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힘이 났다. 분명 나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나의 느낌, 일주일 동안 잠시 하나님과 멀어졌다는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던 게 분명했다. 나는 멀쩡했다. 그리고 셀원들과 다시 다짐했다. 이번 주 꼭 승리하자고, 매일 똑같이 살 수는 없다고, 우리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야 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쓸모없는 동영상을 보는 데는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잠잠히 하나님 앞에 엎드려 하나님과 대화하는 시간은 1분도 쓰지 않는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하지만 알면서도 어렵다. 그래도 이렇게 시들시들한 삶을 반복할 수는 없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에 내 온 노력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 세상에 찌들어서, 그 하찮은 즐거움조차 포기할 수 없는 나약한 나에게 작은 도전을 주었다. 매일 7분씩 하나님께 귀 기울이기. 지난달에 오셨던 홍성건 목사님과 김미진 간사님이 쓰신 ‘왕의 음성’에서 나왔던 이야기이도 하다. 하루에 7분씩, 그리고 점차 늘리고 늘려 하나님과 친밀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나의 삶을 인도하시길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하루에 7분조차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몇 년, 몇 십 년의 인생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기를 원한다는 건 도둑놈 심보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늘 내 삶을 인도하고 계시지만, 하나님과 친밀하지 않다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기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환경과 상황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과 친밀하다면 더욱 내 삶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셀원들과 이번 주에는 에베소서를 한 장씩 매일 묵상하기로 했다. 혼자 성경을 읽는 것보다 다 같이 읽으면 서로 도전도 되고 자극도 되니, 말씀을 읽고 서로 공유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기로 했다. 아침마다 셀 리더 언니가 나누는 말씀 묵상에 오늘은 읽지 말까 싶다가도 어느새 시간을 쪼개 성경책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금 공동체의 중요성을 느낀다. 잠잠하게 하나님께 온전히 내 시간을 드려 그분 앞에 엎드리자. 그것이 삶이 예배가 되는 시작점이다.


주 발 앞에 나 엎드려 주만 간절히 원해 주 계신 곳 나 바라봅니다 오직 예수 주님만이 나의 삶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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